2024년 6월 5일 수요일

6월 4일

 

이 도시에서, 아니 여기서 매일 듣는 소리 중의 하나는 교회의 종소리다. 어떤 때는 종소리가 나는 구나, 의식을 하게 되고 어떤 때는 의식하지 못하지만, 종소리를 들으면서 잠에서 깨는 일요일에는, 일요일에는 종소리가 조금 일찍, 10시가 되기 전에 난다, 아 오늘이 일요일이구나, 일요일 아침 10시가 다 되어가구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잠에서 깬다. 방금 전에 종이 칠 때, 나는 이제 여섯시구나 생각을 하면서, 벌써 오후 12시구나, 혹은 아직 여섯시 밖에 안 되었구나, 그런 식의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리고 이 여섯시의 종소리는 종종 저녁 식사와 관련된다. 종소리를 들은 후에 나도 모르게 냉장고를 열거나 무엇을 먹을지 생각하고, 오늘은 이미 저녁 준비를 다 한 뒤에 종소리를 들었고, 이제 곧 저녁을 먹겠구나 생각하면서. 

근데 종이 치고 나서 갑자기 햇빛이 나기 시작한다. 오늘은 하루 종일 흐렸는데 말이다. 해가 길어지고 있다. 5년 전인가, 아무튼 오래 전에 뜬금없이 어떤 도시에 있게 된 적이 있다. 사실 기억나는 것이 많이 없는데, 그 때 내 상태가 좋지 않아서 눈에 들어오는 게 하나도 없었다. 아무튼 그 도시에서도 역시 종소리, 종소리를 피해 조용한 곳으로 가서 통화를 하던 기억. 종소리 때문에 전화를 제대로 못 한 기억. 거기 있었던 내 자신이, 뭔가 엉뚱한데 놓여진 물건처럼, 정말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거기로 가게 된 것 말이다. 그곳에 실제로 있었던 건 이틀이나 삼일, 아닌가? 하루나 이틀이었을 수도 있다. 이제는 기억이 안 난다. 숙소에서 나던 축축한 이불 냄새 같은 것이 난다. 

아무튼 그 도시는 벽돌 색, 색이 바랜 벽돌색 같은 도시였는데, 상태가 좋지 않은 와중에도 그래도 그 도시의 색감이 참 예쁘다고 속으로 생각한 듯 하다. 그런 몇몇 장면이 기억난다. 그런 걸 기억하다니. 그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도 말이다. 

배고프다. 오늘 저녁 메뉴는 몇 일 전부터 생각 해 오던 것이다. 누구에게 어떤 재료를 받게 되었는데, 내일 해야지 내일 해야지 하다가 드디어 오늘 만들게 된다. 

정신을 차려보니 6월이다. 나는 항상 잠을 자고 있는 것 같다.

2024년 4월 28일 일요일

4월 27일

 오늘부터 기온이 20도로 올라간다. 월요일에는 27도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어제 무리하게 운동을 한 뒤, 무리했다기 보다는 갑자기 운동을 해서 그런지 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오늘은 쉬는 날이 었는데 하루 종일 기운 없이 그냥 가만히 있었다. 의욕도 없고 그냥 가만히. 시간을 보니 벌써 밤 열 시다.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 있으니 좀 나은 것 같다. 내일은 괜찮을 것 같다. 삼 사 년 전에는 운동을 정말 자주했고, 그래서 그런지 같은 코스를 자주 달려도 괜찮았다. 그런데 이제는 아닌 것 같다. 무릎도 아프고.. 달리기가 무릎에 좋은 것 같지는 않다. 무슨 기계를 주문했는데, 그게 이웃에게 배달 되었다. 이웃한테 두 번 정도 찾아 갔는데 외출 중인지 대답이 없었다. 나는 그 기계가 도착하겠지 싶어서 반죽을 바로 만들었다. 반죽이 부풀기를 기다리면서 다시 한 번 갔는데 여전히 대답이 없다. 나는 이웃이 혹시 멀리 여행이라도 간 건 아닌지, 아니면 주말 동안 가까운 근교에 놀러간 건 아닌지..  뭔가 기계가 있고 반죽이 있는 게 아니라, 반죽이 먼저 있고 기계를 기다리는 게 이상하다. 그런데 반죽이 기계를 기다리는 게 그렇게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계획을 해놓고 기다리는 기분이다. 계획에 맞춰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다. 아무튼 반죽은 냉장고에 자리가 없어서 밖에 두었다. 나는 가끔 실행력이 지나쳐서 반죽을 먼저 만들어서 기계를 기다린 적이 많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그 기계가 배달이 안 된 적이 많다.....아무튼 중요한 건 배달이 안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해 두는 것이다. 그리고 배달이 안 되었을 때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기는 게 이상적인 대처법이다.

2024년 4월 21일 일요일

4월 20일

일 마치고 집에 와서 저녁을 먹었다. 저녁을 다 먹었는데도 해가 완전히 지지 않은 걸 보면 이제 점점 그런 계절이 오기 시작하는 것 같다. 오늘이 여름의 마지막 날이다, 하지 같은 날, 그런 날이 바로 어제 같다. 이제 점점 추워지기 시작할 겁니다... 뉴스에서 그런 기상 예보를 들은 게 어제 같다. 그런데 정신을 차려보니 계절이 벌써 한 바퀴를 돌아 돌아왔고, 설거지를 하면서, 혹은 향초 같은 걸 켜면서, 그러고 보니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무런 기억도 나지 않는다. 순간적으로 말이다. 그냥 내가 여기에 있고, 아무 기억도 없이, 설거지를 하고 있는 사람이 있고, 부엌에 남은 마늘 냄새와 양파 냄새를 창 밖으로 내보내기 위에 창문을 여는 사람이 있고, 그런 뒤에 라이터를 찾아서 향초를 키며, 라이터를 세 번 누르는 동안, 주변이 조용하고, 조용히 향초에 불을 붙이는 사람이 있다. 

그러면서 문득 일본의 어떤 영화 감독을 떠올리며, 그 사람이 영화에 붙인 제목들은 다 계절과 관련이 있는데, 그러고보면 내가 좋아하는 다른 어떤 영화 감독도 그렇다. 제목에 계절을 붙인 사람들은 많겠지. 그런데 사실 그런 제목을 보면 읽고 싶어진다.

2024년 4월 17일 수요일

4월 17일

 

낮잠을 자고 일어나서 침대에 누워 있다. 다음 주에는 기온이 0도까지 내려 간다고 한다. 낮잠을 자려고, 분명 졸려서 누웠는데, 잠은 안 오고 생각만 했다. 문득 얼마 전에 본 장면이 생각난다. 어떤 여성이 영화를 만든 사람에게, 아시아 여성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백인 여성의 등장이 꼭 필요했나요? 이런 식으로 물었는데, 영화 만든 사람이 "나는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했을 뿐 입니다..." 이런 식으로 말했다. 그리고 "그게 무책임한 이야기 일 수 있습니다.." 라고도 했다. 그 사람은 그렇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했을 뿐입니다..." 

사실 나도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하려는 경향이 강하고, 영화나 다른 분야에서도 비슷하겠지만 결국 자기가 하고 싶은대로 했다고 하면 할 말이 없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자기가 하고 싶은대로 해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 하지만, 저렇게 "내가 하고 싶은대로 했을 뿐 입니다.." 라는 대답이 그렇게 멋있어 보이지 않는 건 왜일까. 아마도 그 사람의 위치 때문인 것 같다. 또 그 사람이 남성이라서 그럴 수도 있다. 특히 저 질문을 한 사람은 여성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물론 자기가 하고 싶은대로 했을지라도,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일은 작업이 끝난 뒤에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야 다른 가능성들이 생기겠지. 이렇게 볼 수도 있겠구나 저렇게 볼 수도 있겠구나 하면서 생각해보는 것 말이다. 자기가 하고 싶은대로 하겠지만 어떤 지점에서 여러 가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고, 그런 여러 선택지를 감각하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대로 하면 된다.

2024년 4월 8일 월요일

가지를 찌는 오후

 

가지를 찌고 있다. 삶고 있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무더운 날이다. 4월인데. 이렇게 더울 수가 있나. 이상하다. 기온이 오늘도 내일도 26도까지 올라간다. 잠깐 밖에 나갔다가 한 여름에 돌아다니는 것 같은 기분으로, 검정색 티셔츠를 입었는데, 덥네 더워, 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사람들이새로 오픈한 어떤 가게 앞에 길게 줄을 서 있었는데, 이렇게 더운 것도 이상하고, 이 거리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것도 이상하고, 이상하게 덥네, 하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이 집은 햇빛이 잘 안 드는데, 겨울에는 그것이 단점이지만 여름에는 장점이기도 하다. 집 안으로 들어서면 시원하기 때문이다. 앞 건물이 햇빛을 가려 주어서 그런건지, 아직 정확히 관찰해보지는 않았지만 이 집에서는 정오나 그 즈음에 햇빛이 집으로 들어오고, 그 시간을 지나가면 햇빛이 보이지 않는다. 이 집은 서쪽에 위치해 있는 것 같다. 아직도 오른쪽과 왼쪽이 헷갈리는데, 그건 어릴 때부터 그랬다. 집에 있으면 어둡고 조용하다. 특히 여름에는 그런 기분이 든다. 아무튼 가지를 삶은 뒤에 밥을 먹을 것이다.

2024년 3월 15일 금요일

3월 15일

 

지금 어떤 책을 읽고 있는데, 그 책은 하나의 세계를 구축하는 식의 책이다. 그러니까 작은 조각들이 모이고 연결되면서 어떤 세계를 구축하는 책 말이다. 서문에서 작가는 그렇게 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이 쓰여진 방식이 좋다. 작은 조각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중에는 하나의 퍼즐이 완성된다는 생각은 지금 내 생각과는 다르다. 그냥 작은 조각들은 작은 조각들인 채로 남아 있어도 좋을 것이다. 

2024년 2월 10일 토요일

2월 10일

 집에 왔다. 집에 오니 집의 구조가 바뀌어 있었는데, 나는 바뀐 지점에서 구조를 한 번 더 바꾸었다. 어떤 가구는 전에 있던 자리로 돌아가고, 어떤 가구는 자리가 아예 바뀌었다. 사실 이 자리가 내 마음에 드는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이렇게 일기를 쓰는 건 그래도 내 정신이 무너지지는 않았다는 증거이다. 왜냐하면 나는 방금 전까지 어떤 일로 인해, 거의 살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일기를 쓴다는 것이 내가 그렇게 무너지지는 않았다는 증거이다.  

드라마틱한 이야기는 아니다. 그냥 내가 반복하고 반복하는 일들. 조금씩 다르게. 전혀 다른 일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나는 내가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는 느낌에 휩싸이고, 이 실수가 앞으로 어떤 식으로든 반복될 것이며, 그 실수로 인해 나에게 악영향이 큰데, 그런 실수를 막을 수가 없으리라는 느낌. 

핵심은 내가 내 멋대로 하면서 내가 가진 것들을 하나씩 잃어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일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오늘은 그냥 이렇게 일기를 쓰는 것으로 만족하자. 내가 그렇게 무너지지는 않았다는 증거로 받아들이면서 말이다.


6월 4일

  이 도시에서, 아니 여기서 매일 듣는 소리 중의 하나는 교회의 종소리다. 어떤 때는 종소리가 나는 구나, 의식을 하게 되고 어떤 때는 의식하지 못하지만, 종소리를 들으면서 잠에서 깨는 일요일에는, 일요일에는 종소리가 조금 일찍, 10시가 되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