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마치고 집에 와서 저녁을 먹었다. 저녁을 다 먹었는데도 해가 완전히 지지 않은 걸 보면 이제 점점 그런 계절이 오기 시작하는 것 같다. 오늘이 여름의 마지막 날이다, 하지 같은 날, 그런 날이 바로 어제 같다. 이제 점점 추워지기 시작할 겁니다... 뉴스에서 그런 기상 예보를 들은 게 어제 같다. 그런데 정신을 차려보니 계절이 벌써 한 바퀴를 돌아 돌아왔고, 설거지를 하면서, 혹은 향초 같은 걸 켜면서, 그러고 보니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무런 기억도 나지 않는다. 순간적으로 말이다. 그냥 내가 여기에 있고, 아무 기억도 없이, 설거지를 하고 있는 사람이 있고, 부엌에 남은 마늘 냄새와 양파 냄새를 창 밖으로 내보내기 위에 창문을 여는 사람이 있고, 그런 뒤에 라이터를 찾아서 향초를 키며, 라이터를 세 번 누르는 동안, 주변이 조용하고, 조용히 향초에 불을 붙이는 사람이 있다.
그러면서 문득 일본의 어떤 영화 감독을 떠올리며, 그 사람이 영화에 붙인 제목들은 다 계절과 관련이 있는데, 그러고보면 내가 좋아하는 다른 어떤 영화 감독도 그렇다. 제목에 계절을 붙인 사람들은 많겠지. 그런데 사실 그런 제목을 보면 읽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