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 30일 토요일

9월 29일

 

일 끝나고 집에 왔다. 금요일 밤이라서 지하철 분위기가 다르다. 사람도 많고 지하철 안도 덥고 그렇다. 집에 와서 우선 샤워를 하고. 책상에 앉았다. 오늘 꿈에서 뭔가를 쓰는 꿈을 꿔서 그런 걸 수도 있다. 그런데 뭔가 쓰는 꿈을 꾸고 난 뒤에 눈을 떴는데, 내가 어떤 집에 있었고, 그 집은 내가 기억하는 가장 우울한 집이다. 아무튼 햇빛이 잘 안 드는 그 집에 나와 엄마가 있었고 엄마가 냉동으로 얼려 놓았다는, 딱딱하게 굳은 것처럼 보이는 신생아가 식탁 위에 있었는데, 알고 보니 살아 있었고, 알고 보니 그게 내 아이였다. 그런 꿈을 꾸고 난 뒤에 눈을 떴는데, 내가 누구 옆에 누워 있었고, 그 사람이 누군지 꿈에서 깨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2023년 9월 2일 토요일

9월 1일

 

일기를 쓰자. 갑자기. 너무 많은 일이 있어서 다 쓰지는 못 할 것이다. 사실 다 쓸 필요도 없다. 지금은 남에 집에 신세를 지는 신세다. 그런데 오늘 셋 다 일을 하고, 내가 집에 제일 일찍 도착했다. 나는 그럴 걸 알고 있었다. 잠시 혼자 있게 되리라는 것을. 이렇게 혼자 있으면 또 나도 모르게 뭔가 쓰게 되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 오랜만에 그렇게 하리라는 것을. 뭔가를 또 쓰게 되겠지. 나도 모르는 뭔가를 또 쓰겠지. 그리고 나중에 시간이 흘러서 그걸 우연히 다시 읽게 되는 날이 오겠지. 그러면 나는 오늘을 기억하겠지. 오늘이 어땠는지는 그 때 가서 알게 되겠지. 나는 그냥 쓸 뿐이겠지. 어쩌면 쓴 걸로 뭔가를 할 수도 있겠지. 그런데 나는 결국 안 하겠지.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게 다 피곤하겠지. 나는 그냥 쓸 뿐이겠지. 별로 바라는 것도 없겠지. 아예 없는 건 아니겠지. 그런데 정말 없는 것 같겠지. 얼마 전에는 사람에게 바라는 것 없이 준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뭔가를 바라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세상에 정말 바라는 것 없이 주는 것도 있다고 생각하기를 멈추겠지. 하지만 믿겠지. 하지만 나는 그냥 쓸 뿐이겠지. 심심해서 쓰기도 하고, 시간이 남아서 쓰기도 하고, 할 말이 있어서 쓰기도 하고, 할 말이 없어서 쓰기도 하고, 혼자 있어서 쓰기도 하고, 그런데 대체로 누구랑 시간을 보내고 나서, 시간이 지나고 나서, 쓰게 되겠지. 나중에. 나중에. 네가 없을 때 쓰게 되겠지. 네가 있을 때는 같이 놀고. 나중에. 나중에. 나중에. 내가 갑자기 오늘처럼 식탁에 혼자 앉아 있을 때. 갑자기 뭔가를 쓰게 되겠지. 그런데 나중에 그걸 쓴 게 언제였는지, 도대체 뭘 하다가 집에 와서 식탁에 앉았는지 잊어버리게 되겠지. 사실 그런게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겠지. 어색함을 감추느라 과도하게 농담을 한 것을 내일은 후회하게 되겠지. 그런데 나중에는 그게 그렇게 중요한 일은 아니겠지. 나중에는 나중의 중요한 일이 있겠지. 나는 그 중요함의 무게를 피하고 싶겠지. 피하겠지. 그건 나중에도 잘 하겠지. 그런데 나중에는 뭔가를 읽어도 안 읽어도 상관없는 세상이 오겠지. 굳이 읽으려고 하지는 않겠지. 그런데 또 모를 일이지. 유행처럼 읽기가 유행이 될 수도 있겠지. 유행이 있으면 다 따라하겠지. 유행이든 말든 나는 그냥 쓰겠지. 뭐든 쓰겠지. 안 쓰면 안 쓰는 대로 잘 살겠지. 그래도 쓰긴 쓰겠지. 

2023년 7월 20일 목요일

A

 최근에 A작가의 책을 다시 읽게 되었다. 그의 책은 "나"로 시작해서 "나"로 끝난다. 근데 그렇다고 그 사람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동시에 어떤 영화를 보았는데, A작가의 책과 정반대의 것을 하고 싶어하는 듯한 그런 영화였다. 하지만 나는 둘 다 좋다고 생각했다. B감독은 사적인 것과 역사적인 것을 교차시키다가 결국 그 경계가 사라지는 느낌의 영화를 만든다. 사적인 나가 존재할 수 있나 그런 느낌. A작가의 책에서 너무 사적이고 자아가 흘러넘쳐도 그건 그것대로 또 흥미롭다. 그렇게 쓰는 사람도 있는 것이고, 저렇게 영화 만드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싫으면 안 읽으면 된다. 싫은데 어떤 책을 굳이굳이 읽으며 자신을 괴롭힐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것말고도 괴로운 일들은 많다. 그 둘 중에 무엇이 더 좋은 접근법 따지는 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것보다 자기에게 그게 좋은지 안 좋은지. 그 취향을 토대로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걸 아무리 똑같이 배끼려고 해도 결국은 본인의 특징이 묘하게 들어 나게 되는 것 같다. 

2023년 7월 19일 수요일

7월 18일

어릴 때 읽은 그리스 신화에서 지상에 도착할 때까지 뒤를 돌아보지 않으면 누구를 풀어주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거기서 그 사람은 지상에 도착했다고 생각하고 뒤를 돌아봤는데 사실 도착한 게 아니었다. 
어제 나는 그 사람이 기분이 좋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뒤를 돌아봤던 것 같다. 근데 그것도 사실 내 착각이다. 그 사람은 별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뒤돌아 봤다가 괜히 서로 무안하게 눈이 마주치고, 서로 눈을 피하다가 나는 횡단보도를 가로질러 걸어갔다. 사실 나는 연락을 하지 않을 것이었기 때문에, 그냥 앞만 보고 갔으면 되었는데. 연락도 안 할 건데 괜히 친절하게 굴고 그 사람 기분까지 걱정해버린 것이다. 
뒤는 안 돌아보고 그냥 가도 된다. 그 그리스 신화의 인물은 오르페우스다. 

2023년 7월 15일 토요일

7월 14일

가위 눌렸을 때를 기억해야 한다. 나는 가위에 잘 눌리는 편인데, 눌리는 순간에는 정말 이대로 숨을 못 쉴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최선을 다해서 손가락 하나를 움직이면 혹은 자세를 바꾸면 그 순간은 끝난다. 최선을 다해서 그렇게 해야한다. 나는 강박적으로 기억하는 버릇이 있기 때문이다. 같은 것을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말하는 습관도 그렇다. 했던 말을 또 한다. 손가락 하나를 움직여야 한다. 거기서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하면 벗어날 수 있다. 혹은 그렇게 믿기.

2022년 6월 9일 목요일

연구

 그가 그곳에서 하고 싶었던 것은 어떤 연구이다. 예를 들어 나비와 대화하는 방법이라던가, 그는 나비를 좋아한다, 기이한 버섯의 종류와 그에 따른 최적의 요리법에 관해서. 아무와도 눈을 마주치지 않고 쇼핑을 하는 방법에 대해서. 입지 않는 치마로 열기구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 혹은 침대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사건에 대한 관련성에 대하여. 그는 여러편의 논문을 썼고, 그것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제시한다. 그의 연구는 아무런 성과가 없었고,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았고, 그러므로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냐 의문을 제기하면 반박하지 못한다.

6월 4일

  이 도시에서, 아니 여기서 매일 듣는 소리 중의 하나는 교회의 종소리다. 어떤 때는 종소리가 나는 구나, 의식을 하게 되고 어떤 때는 의식하지 못하지만, 종소리를 들으면서 잠에서 깨는 일요일에는, 일요일에는 종소리가 조금 일찍, 10시가 되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