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 2일 토요일

9월 1일

 

일기를 쓰자. 갑자기. 너무 많은 일이 있어서 다 쓰지는 못 할 것이다. 사실 다 쓸 필요도 없다. 지금은 남에 집에 신세를 지는 신세다. 그런데 오늘 셋 다 일을 하고, 내가 집에 제일 일찍 도착했다. 나는 그럴 걸 알고 있었다. 잠시 혼자 있게 되리라는 것을. 이렇게 혼자 있으면 또 나도 모르게 뭔가 쓰게 되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 오랜만에 그렇게 하리라는 것을. 뭔가를 또 쓰게 되겠지. 나도 모르는 뭔가를 또 쓰겠지. 그리고 나중에 시간이 흘러서 그걸 우연히 다시 읽게 되는 날이 오겠지. 그러면 나는 오늘을 기억하겠지. 오늘이 어땠는지는 그 때 가서 알게 되겠지. 나는 그냥 쓸 뿐이겠지. 어쩌면 쓴 걸로 뭔가를 할 수도 있겠지. 그런데 나는 결국 안 하겠지.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게 다 피곤하겠지. 나는 그냥 쓸 뿐이겠지. 별로 바라는 것도 없겠지. 아예 없는 건 아니겠지. 그런데 정말 없는 것 같겠지. 얼마 전에는 사람에게 바라는 것 없이 준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뭔가를 바라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세상에 정말 바라는 것 없이 주는 것도 있다고 생각하기를 멈추겠지. 하지만 믿겠지. 하지만 나는 그냥 쓸 뿐이겠지. 심심해서 쓰기도 하고, 시간이 남아서 쓰기도 하고, 할 말이 있어서 쓰기도 하고, 할 말이 없어서 쓰기도 하고, 혼자 있어서 쓰기도 하고, 그런데 대체로 누구랑 시간을 보내고 나서, 시간이 지나고 나서, 쓰게 되겠지. 나중에. 나중에. 네가 없을 때 쓰게 되겠지. 네가 있을 때는 같이 놀고. 나중에. 나중에. 나중에. 내가 갑자기 오늘처럼 식탁에 혼자 앉아 있을 때. 갑자기 뭔가를 쓰게 되겠지. 그런데 나중에 그걸 쓴 게 언제였는지, 도대체 뭘 하다가 집에 와서 식탁에 앉았는지 잊어버리게 되겠지. 사실 그런게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겠지. 어색함을 감추느라 과도하게 농담을 한 것을 내일은 후회하게 되겠지. 그런데 나중에는 그게 그렇게 중요한 일은 아니겠지. 나중에는 나중의 중요한 일이 있겠지. 나는 그 중요함의 무게를 피하고 싶겠지. 피하겠지. 그건 나중에도 잘 하겠지. 그런데 나중에는 뭔가를 읽어도 안 읽어도 상관없는 세상이 오겠지. 굳이 읽으려고 하지는 않겠지. 그런데 또 모를 일이지. 유행처럼 읽기가 유행이 될 수도 있겠지. 유행이 있으면 다 따라하겠지. 유행이든 말든 나는 그냥 쓰겠지. 뭐든 쓰겠지. 안 쓰면 안 쓰는 대로 잘 살겠지. 그래도 쓰긴 쓰겠지. 

6월 4일

  이 도시에서, 아니 여기서 매일 듣는 소리 중의 하나는 교회의 종소리다. 어떤 때는 종소리가 나는 구나, 의식을 하게 되고 어떤 때는 의식하지 못하지만, 종소리를 들으면서 잠에서 깨는 일요일에는, 일요일에는 종소리가 조금 일찍, 10시가 되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