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쓴다. 한 해의 마지막 날이다. 그래서 쓰는 건 아니다. 어쩌다보니 오늘 여기 앉게 된다. 일기를 자주 쓰기도 했지만, 사실 아예 안 쓴 거나 다름없기도 하다. 이렇게 쓰려고 하면 또 누군가 나를 부르고, 아랫층에서 누가 잠깐 와보라고 하고, 갑자기 배가 아프고, 화장실에 다녀오면 다시 일기를 계속 써야하나 의심이 들기도 하고, 오늘은 아닌가보다 하고 일기를 멈추거나 지우기도 하고. 그런 식으로.
사실 내가 가장 일기를 많이 쓴 곳은 우연한 공간에서이다. 사람들이 많은 시끄러운 시끄러운 음악이 나오는 그런 우연히 들어간 곳에서 말이다. 하지만 그곳에는 혼자 들어가고 나갈 때 역시 혼자 나온다. 내 공간, 나만의 공간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사실 나는 바깥에서 더 많은 걸 써왔고 쓸 것 같다.